스튜디오 · 2025.09.30 · 5분

트렌드를 따라갈 것인가, 만들 것인가

따라가는 쪽은 싸고 안전하지만 기회가 작습니다. 만드는 쪽은 비싸고 위험하지만 기회가 큽니다. 그 사이에서 브랜드는 어디에 설 것인가.

모든 브랜드는 이 질문 앞에 섭니다. 남이 만든 길을 따라갈 것인가, 아직 없는 길을 낼 것인가. 둘 다 정답이 있고, 둘 다 대가가 있습니다.

이 글은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하려는 글이 아닙니다. 브랜드마다 체력이 다르고, 체력만큼 선택지가 다릅니다. 다만 어느 쪽을 택하든, 그 선택의 비용과 기회를 정확히 알고 들어가는 쪽이 결과가 낫습니다.

따라가는 쪽의 경제학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 있습니다. 시장이 이미 검증해줬기 때문에 실패 확률이 낮고, 레퍼런스가 많아서 제작 비용이 쌉니다. 의사결정도 빠릅니다. 보드에서 "어디어디도 하고 있어요"라는 한마디면 승인이 납니다. 그 대신 기회가 줄어듭니다. 같은 경기장에 모두가 서 있기 때문에, 이기는 건 예산이 큰 쪽입니다.

만드는 쪽의 경제학

트렌드를 만드는 것은 반대편에 있습니다. 아직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 확률이 높고, 레퍼런스가 없어서 제작과 교육 비용이 올라갑니다. 의사결정도 느립니다. 보드에서 "누가 이렇게 해봤는데요"라는 질문에 답할 수가 없습니다. 그 대신 기회가 크게 열립니다. 혼자 서 있는 경기장에서는, 1등도 예산 2등도 예산이 아닙니다. 새 카테고리 자체가 브랜드의 자산이 됩니다.

옌에서 본 두 가지 사례

BBFit 의 "스포테이너" 개념은 2015년 국내 어디에도 없던 포지션이었습니다. 초기 2년간 "그게 뭐냐"는 반응을 견뎌야 했지만, 그 기간이 지난 뒤에는 경쟁자가 따라오기 어려운 카테고리가 됐습니다. 반대로, 트렌드가 이미 만들어진 뒤에 들어간 프로젝트는 안정적으로 매출을 냈지만, 브랜드 자체의 포지션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둘 다 성공이지만, 완전히 다른 성격의 성공입니다.

브랜드의 체력과 타이밍

선도하는 쪽이 항상 옳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초기 자본이 얇은 브랜드가 트렌드를 만드는 쪽을 택하면, 시장이 따라오기 전에 체력이 먼저 떨어집니다. 반대로 충분한 자본과 시간이 있는데 계속 따라가기만 하는 브랜드는, 결국 가격 경쟁 안에 갇힙니다. 체력 × 타이밍 × 시장 성숙도를 동시에 읽어야 합니다.

우리의 위치

옌은 기본적으로 후자에 더 기울어져 있습니다. 스포테이너, 1년짜리 메타쇼룸, 지역 뮤직쇼 같은 프로젝트들은 모두 "아직 없는 쪽"에 섰던 시도였습니다. 대가도 컸습니다 — 초기 설득이 길었고, 예산 압박도 있었습니다. 다만 그 프로젝트들이 지금 우리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었고, 브랜드의 체력을 만들었습니다. 어느 쪽을 택할지 고민 중이라면, 한 가지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두 길의 비용 구조는 완전히 다르고, 그걸 중간에 바꾸면 양쪽의 비용을 모두 치르게 됩니다. 시작할 때 정해야 합니다.

쓴 사람
옌 스튜디오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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